골트립

 

'법에도 심장이 있다면'

뭔가 깊은 생각이 담긴듯하여 여운이 남는 제목이에요.

그래서 저도 이 책을 보는 순간 읽어볼 가치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읽어보게 되었죠.

 

작가이신 '박영화'씨는 30년 넘게 법조인으로 살았다고 해요. 16년간의 판사 생활 후에는

변호사로 살고 있는 현역 법조인이시죠.(적어도 책이 출간된 시점에는요)

법조인으로써 사람들에게 판결을 내리며,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선택과 선택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시간이 기셨나봐요.

이 책에는 그런 고민들이 진솔하게 담겨있었던 것 같네요.

이미 지나간 사건들에 이토록 고민한 흔적이 보이다니, 

많은 사건에서 최선의 판결을 내리셨을 거라는 믿음이 가네요.

 


"악의로 혹은 '카더라' 통신에 의해 무책임하게 내뱉은 한 마디에 시류의 힘이 더해지니 날카로운 칼이 되었고, 결국엔 무고한 누군가를 찌르고 말았다. 불길이 빠르고 거센 만큼 더욱 신중하지 않으면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는 걸 막지 못하기도 한다." -p49

성범죄에 대한 이야기와 함꼐 나온 문장이에요. 피해자가 진짜 피해자일지? 가해자가 진짜 가해자일지?

처음부터 끝까지 고민하고, 증거를 살펴보고선 판단을 내려하는 판사의 어깨는 무거웠을 것 같네요.

2018년, 한 교사가 성희롱을 당했다는 여학생들의 제보로 조사를 받았는데 학생들이 교사의 무고함을 호소하며 신고 내용이 허위사실임을 밝혔지만 무시되어, 결국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사건은 종결되었다고 해요.

피고인도 원고도 판사도 모두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씨름하고 최선의 결과로 매듭 지으려고 했지만

결국에는 누군가의 거짓말로 상처투성이인 사람이 결과였다니...

가슴아픈 사건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독설에 가까운 고집은 본인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가능하면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이 분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다녔다.

~~합의하는 자리에서 내 말로 그분을 설득하기 보다는 타당한 근거들을 미리 자료로 제시해, 그분 스스로 생각을 수정하거나 정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p68~69

작가님의 문제해결 능력에 감명받았던 부분인데요.

어디에나 있을 수 있듯이 자존심이 센 분이 계셨나봐요. 그 분이 부장판사셨고, 그래서 선고를 내리는데 있어 합의하는 시간을 가지고 최종선고를 내려야하는데, 자신이 한 번 주장한 의견에 대해서 굽힐 줄을 모르시는 분이셨나봐요.

그래서 법조계에서도 괴짜라고 소문이 나 있었고, 하필이면 그런분과 함께 일을 해야되니,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를 고빚 때문에 꺾일 수 없다고 생각한 작가님은 고민하셨나봐요.

나은 방법이 없을까?

그리고는 합의하는 자리가 다가오기전에 자료를 수집하여 미리 고집센판사님의 자리에 가져다두었다고 해요.

어떻게 보면 고집세신 분꼐서 작가님꼐 상처를 주는 거고 그에 아랑곳해하지 않고 있는데

서로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다니!

혜안에 감탄하며 읽었네요.


"그래서 사법부를 '민주주의 최후의보루'라고 하지 않던가. 사법부가 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억울한 국민은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한을 품고 살아가거나, 좌절한 나머지 극단적으로 행동할 수도 있다." -p99

죄에 대해서 진실을 밝히고 그에 따른 평가를 받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세상이 평화롭게 유지되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이죠. 그런데 그 제도가 한 사람의 인생을 옳지 않은 방향으로 이끌고 간다면....그곳이 지옥이라면.

상상만해도 답답하고 더 이상 괴로울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이전의 성희롱 조사를 받은 교사의 사건처럼요.

사람들의 인생을 좌지우지하게 되는 법조인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옳은 판단만을 내려주길 바래보게 되네요.


"6개월의 수감기간동안 L회장은 누구를 원망하거나 안달복달하지 않았다. 접견 때마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깊이 후회하고 반성했으며, 수행에 들어간 종교인처럼 편안하고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 또 변호인인 나를 믿고 기다려줬을 뿐만 아니라, 감옥에 갇힌 기간에도 어학을 공부하며 본인의 성장에 활용하고 있었다." -p219

판사와 변호사를 모두 경험해본 작가님이 저 사건을 유도 감명깊게 기억하는 걸 보면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는 사람이 극히 드문가 보네요.

사람들에게는 항상 핑곗거리가 있죠. 그게 아무리 잘못된 거더라도요. 저도 예외는 아니죠.

아무리 사소한 잘못일지언정, 내가 다른사람 마음에 작게라도 스크래치를 낸 거셍 대해 

상처받은 건 내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소홀히 생각한 건 아닐까?하고 반성하게 되네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삶이 계속 순탄하기만 한 사람, 계속 나쁘기만 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다들 살다보면 가장 바닥이다 싶은 순간이 올 떄가 있다. 그리고 때가 되면 바닥을 치고 올라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거나 그보다 더 높이 비상하기도 한다." -p222

위안이 되는 문장이었어요.

맞아요. 인생이 계속 나쁘기만 하겠어요?


"나는 소송 이전에 당사자들을 화해시키기 위해 그들의 마음고생을 먼저 헤아리면서 서로의 매듭을 풀기 시작한다." -p230

민사사건의 경우는 거의 돈이나 권리관계가 묶여 사소한 일로 싸우게 된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일상적인 다툼이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감정을 인정받고 싶어서 재판까지 가게 된 것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사람들에게 먼저 화해할 시간을 주고선 시작한다니

정말 인간적인 분이네요.

 

사람의 마음을 다독여주는데는 진심이 담겨있어야한다. 쉬운듯 보이지만,

쉽게 부서져버릴 수 있는 진심이 담긴 마음.

그걸 전달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책을 읽고

 

판사로써 법조인으로써 다른 사람들의 죄질을 판단하는 자리의 무게감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그들도 인간이다.

평소 나는 그들도 인간이기에, 당연히 그들이 최선의 판단을 내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의 존재를 탐탁치 않게 생각했고. 하지만 현재로써는 이게 최선일거라는 걸 알기에 안타까워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와 같은 판사분이 계신다면 조금은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

적어도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법조계에  있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까.

세상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며 분노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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